검찰을 비롯한 모든 국가기관, 특히 권력기관은 견제를 받아야 하며, 입법권의 통제를 받는 것 역시 당연하다. 그러나 현재 뜨겁게 거론되는 중앙수사부 폐지 논의는 그 논리적 타당성, 수사의 효율성 등을 제쳐두고 오로지 정치적 관점에서 추진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현재 중수부 폐지론의 주된 근거는 검찰총장의 직접 수사권을 배제하여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달성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위 중수부 폐지론은 현행법체계와 모순되고, 오히려 수사의 효율성과 집약성을 떨어뜨려 국익과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역행할 수 있으며, 정치적 중립 확보라는 목적 달성과 거리가 먼 것으로 보인다.

첫째로, 중수부 폐지론은 현행법 체계에 반한다는 문제가 있다. 현행 검찰청법 제4조, 제6조 등에 의하면 검찰총장도 검사로서 범죄수사를 해야 할 직무와 권한이 있으며, 검찰총장은 범죄수사를 포함한 검찰사무를 총괄하고 검찰공무원을 지휘․감독하는 지휘에 있다.

그런데, 정치적 목적을 이유로 범죄수사의 총괄자인 검찰총장에게서 그 수사권을 박탈하려는 시도는 법률이 부여한 검찰총장의 범죄 수사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수사기관의 최종 지휘권자에게 수사에 직접 관여하지 말라는 것은 조직의 기능에 모순되는 요구이다.

또한 이번 사법개혁을 통해 검찰의 지휘를 받는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명문화하려 하면서, 검찰의 총수인 검찰총장이 갖고 있는 수사권을 박탈하려는 것은 정치적 의도로 밖에 비추어질 수 없다.  

정치권의 논리대로라면, 국회의 공정한 의사 진행을 위해 국회의장에게는 의사 정리나 질서 유지 등의 권한만 주고 입법 발의나 표결권을 주면 안된다고 하거나,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니 직접 판결에 관여하면 안된다는 주장도 나올 수 있다.

둘째로, 중수부의 폐지는 국익과 국민의 기본권 수호라는 검찰의 근본적인 직무 수행을 약화시킨다.

우선, 중앙수사부는 정치적 목적에서 마련된 부서가 아니라, 중요․시급한 사안이나, 국민의 기본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실효적으로 보호하고 수사기능의 적정성을 위해 설치된 통상적인 부서이다.

대법원에 전원합의체가 있고, 국회에 전원위원회나 특별위원회가 있듯이 검찰에도 사회 전반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거나, 국민의 권익보호가 긴급한 사건의 수사를 위해 종합적․체계적으로 전문성을 발휘하여 신중히 사건에 대응할 수 있는 내부 조직이 필요한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이러한 목적 하에 경력과 전문성이 검증된 숙련된 검사들로 구성된 부서이다.

단지 대검 중수부가 민감한 정치적 사건도 일부 다룬다는 이유만으로 중수부를 폐지하고 더 나아가 대검에서는 수사를 하지 말도록 요구하는 것은 수사의 정예화를 통해 피해자 보호, 사회질서 유지, 사회 기강 확립을 지향하려는 검찰 본연의 임무 수행을 곤란하게 만들어 국민의 기본권 보호라는 국가의 책무를 져버리게 하는 것이다.

국민들 입장에서도 사회적 파장이 큰 대규모 사건에 대해선 중수부와 같이 그에 걸맞는 준비를 갖춘 부서에서 수사해주기를 바랄 것이다.

셋째로 중수부의 폐지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한 유효적절한 대안이 될 수 없다.

고도의 정치적 사건을 대검 중수부가 아닌 지검에서 수사하게 하거나 아니면 법무부장관 직속으로 특별수사청을 신설하여 그로 하여금 수사를 맡기면, 그 때부터 정치권에서는 정치적 사건의 수사에 대해 별다른 이의없이 수용할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여진다. 어느 기관에서 수사를 하더라도 그 대상이 정치성을 띄고 있는 이상 관련자들의 시각에 따라 정치적 비판을 제기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중립이란 유동적이며 확정적 실체가 없이 여론이나 정치 상황에 따라 부단히 변하는 것이어서, 입법, 사법, 행정, 언론, 시민단체 등의 견제와 균형에 의해 달성할 수 있는 것이지, 수사 효율성과 전문화를 위해 대검에 설치한 통상적인 부서 하나를 폐지한다고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 논의되는 중수부 폐지론과 같이 추상적인 정치적 중립성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중수부를 폐지하면 정치적 중립이 가시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지, 중수부 폐지로 수사 기능에 공백이 생기지 않는지, 폐지한다면 현재 중수부의 기능을 어떤 기관으로 이관할 것인지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정치적 사건은 검찰이 담당하는 사건의 극히 일부만을 차지하는데, 그러한 정치적 사건 때문에 주요 수사 부서를 폐지하라는 것은 지나친 감성적 요구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