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마산 mbc라디오의 요청으로 생방송 "아구할매"라는 프로그램에 출연을 한 적이 있었다.이프로그램은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하는 여성 진행자가 방송 당시 사회적인 화제 거리를 아주 재미있게 엮어감으로써 퇴근길 직장인들이 즐겨듣는 인기 프로그램이었는데, 이날 진행자는 나에 대하여 '가방끈이 짧은데도 불구하고 무소속으로 두 번이나 군수선거에 당선된입지전적인 인물과의 대담' 이라는 멘트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처음에 나는 '가방끈' 이 어떻고하는 말에 대해서 무슨 뜻인지를 알아채지 못하고 적당히 얼버무려 대답을 했는데, 잠시 후에학력관계를 지칭하는 용어임을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10년 가까이 지난 오늘 문득 이 대목을 떠올리게 된 것은 이책에 실린 글들을 정리하다 보니 직접글을 쓰는 그 순간에 어렵고 콱 막혔던 때가 너무 나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다름 아닌 나의 가방 끈이 짧아서가 아닐까 한다.

이 책에 실린 내용들은 내가 쓴 시,수필,칼럼,비문,상량문,붓글씨,사진 등 잡다한 것들로 학술적,이론적으로 체계를 갖춘 정규교육을 통한 것이 아니고 혼자서 남의 어깨너머로 주워 담고, 남의 것을 흉내 내어 맞추고, 남이 쓰다 버리려는 몽당 붓으로 글씨를 쓴 것들로, 전문가가 보기에는 엉성하고 격에 맞지 않음을 나 자신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가방 끈이 짧은 한사람의 노력의 산물'이라 생각하고 읽어 주시면 고맙겠다.

마지막으로 책이 만들어 지도록 애써주신 김중원 실장님, 남규혁 팀장 및 관계자 여러분들의 수고에 고마움울 표하며, 한 평생 동안 변하지 않고 나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준 아내와 고희를 기념하여 이 책을 만들어준 사랑하는 아들 부원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모두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0년 11월 관천재에서 강석정


< 금석문과 붓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