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폭피해 2세 무료진료 합천고려병원 이재철 원장 -
- 피폭 한국인 자녀 2500여명 부모한테서 후유증 물려받아 -
“원인 규명 안돼…관심 필요”

  1945년 8월6일 미국은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하고, 사흘 뒤인 8월9일 나가사키에 또다시 원자폭탄을 터뜨렸다. 일본이 무조건 항복함으로써 태평양전쟁이 끝나고 우리나라가 해방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하지만 65년이 흐른 지금까지 원자폭탄 피해자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으며, 그 고통은 자식들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터진 지 65돌인 지난 6일 원폭피해 2세들을 무료 진료해 주기로 한국원폭2세환우회와 협약을 맺은 경남 합천군 합천고려병원의 이재철(75·사진) 원장은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원폭피해자들에게 너무나 무관심했다”며 안타까워 했다.

“원폭피해 1세들은 일본 정부 등으로부터 어느 정도 지원을 받고 있으나 2세들은 전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어 이들 2세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특히 원폭피해 2세들은 암, 면역 결핍, 지적장애, 무혈성 괴사 등 다양한 중증질환을 앓고 있는데, 부모로부터 이런 병을 물려받았을 것으로 추정만 될 뿐. 아직 의학적으로 원인 규명이 되지 않아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처지입니다.”

  ‘원폭피해 2세’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터졌을 때 피해를 당한 재일한국인의 자녀를 가리킨다. 현재 국내에는 원폭피해 2세가 1만여명에 이르며, 이 가운데 2500여명은 원자폭탄에 직접 피해를 당하지 않았지만 부모로부터 피폭 후유증을 물려받아 고통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정부로부터 아무런 지원과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2002년 한국원폭2세환우회가 출범하기 전까지는 이들의 존재 자체가 우리 사회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다행히 지난 3월1일 국내에서 원폭피해자가 가장 많이 사는 경남 합천에 원폭피해 2세들의 쉼터인 ‘합천 평화의 집’이 문을 열고, 지난 6일부터 합천고려병원에서 무료 진료를 받을 수 있게됨에 따라 합천군과 주변 지역에 사는 원폭피해 2세들은 어느 정도 민간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합천고려병원은 지난 6일 한국원폭2세환우회와 맺은 협약에 따라, 원폭피해 2세가 진료를 받으면 본인 부담금을 전액 감면(비급여 부분은 50% 할인)해 주고, 건강 상태를 평가해 적절히 조처하며, 응급환자는 협약의료기관 등으로 즉시 후송해 입원치료 등을 한다.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지 이미 65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원폭피해자들이 무관심 속에 대를 이어가며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한국 정부와 우리 사회는 모두 깊이 반성해야 합니다.”
*출처 : 한겨레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