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천 원폭 2세 평화의 집 ‘땅 한평 사기 운동’ 나서 -

  “쉽지 않겠지만 끝까지 힘을 모아야지요.” 27일 오전 경남 합천군 합천읍 ‘원폭 2세 환우(患友)를 위한 합천평화의 집’. 평화의 집 운영위원들이 모여 최근 시작한 ‘원폭 2세 환우를 위한 땅 한 평 사기 운동’에 관한 회의가 한창이었다.

  원폭 2세 환우란 1945년 8월 일본 히로시마(廣島)와 나가사키(長崎)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피해를 당한 한국인(1세) 자손 가운데 난치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 이들 가운데 합천 출신이 가장 많아 합천은 ‘한국의 히로시마’라고도 불린다.

  이들이 땅 한 평 사기 운동을 펴는 이유는 희귀 질환으로 고통받는 원폭 2세들의 생활이 비참한데도 한일 양국 정부로부터 아무런 관심이나 지원을 받지 못한 채 방치돼 있기 때문이다. 원폭 피해 2세는 전국적으로 1만 명가량. 이 가운데 각종 희귀 질병을 앓는 사람은 2300여 명이다. 그러나 원폭 2세라고 밝히기를 꺼리기 때문에 현재 600여 명만 환우회에 회원으로 등록한 상태다.

  환우회가 올해 3월 이 작은 공간을 마련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2002년 자신을 원폭 2세 환우라고 처음 공개한 고 김형률 씨(1970∼2005)가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힘쓴 것을 계기로 환우회가 만들어진 지 8년 만이다.

  2세를 위한 ‘보금자리’나 ‘쉼터’라고는 하지만 면적 70m²(약 20평)가량의 주택을 주변의 도움으로 겨우 빌린 것이다. 한정순 환우회장(51·여·대구 달서구 송현동)은 “2세 문제를 위해 밤낮없이 뛴 세월을 생각하면 가슴이 터질 듯하다”며 “억울하기 짝이 없는 원폭 피해자들을 보듬는 마음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폭 피해자인 어머니와 함께 사는 한 회장은 10대 때부터 다리에 희귀병이 찾아와 아직도 고통받고 있다. 그의 아들도 중증정신장애를 겪고 있다.

  한 회장처럼 원폭 피해가 ‘대물림’되고 있지만 유전적 인과관계를 확정하기 어렵다는 모호한 것이 일본에서 나온 의학적 판단이다. 국내에서는 실태조사나 의학적 연구도 관심 밖이다. 김형률 씨의 아버지 김봉대 씨(74·부산 동구 수정동)는 “2세와 3세까지 계속 이어지는 원폭 피해자들이 조금이라도 마음 편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이 꼭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운영위원장인 혜진 스님(제주 마라도 기원정사 주지)은 절을 돌보지 못한 지가 꽤 오래됐다. 원폭 2세 문제가 더 급하기 때문이다. 평화의 집 전세금을 마련한 혜진 스님은 “우리 사회의 자비가 꼭 필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71)은 최근 평화의 집 원장을 맡아 뛰고 있다. 땅 한 평 사기가 확산되면 합천읍 부근에 3.3m²(1평)당 5만 원가량인 땅 1만3000여 m²(약 4000평)를 구입해 환우를 위한 전문요양시설을 짓는 게 이들의 꿈이다. 현재 2000m²(약 600평)가량 모였다.
* 055-934-0301, 후원계좌 302-0188-3710-21(농협)

* 본 기사는 혜진스님의 요청으로 동아일보 기사를 싣습니다.  [출처 : 동아일보 사람속으로]
* 원문 기사 바로가기 : http://news.donga.com/People/3/06/20100831/308551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