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따사로운 오후, 작은 시골마을에 순찰을 돌다가 업무를 위해 누군가에게 물어 볼 일이 있었다.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래된 집 처마 밑 그늘에 앉아 있는 한 노인을 발견했다. 70세는 훌쩍 넘어 보이는 노인에게 다가가 인사를 하고 필요한 물음에 너무나 자상하게 답변해 주셨다.
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돌아 서려는데, 노인은 “젊은이 결혼은 했는가? ” 라고 물어 보신다. “네 했습니다. 아이도 둘 있는 데요”라고 하니 그 노인은 나두 자네 같은 아들이 둘 있는데... 라며 말끝을 흐리신다.
그 말은 잠시 말벗이 되어 주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그냥 뒤 돌아서기에는 너무 매정하다는 생각에 그 노인의 이야기를 들어 주기로 했다. 그 노인은 자기가 살아 왔던 세월의 넋두리와 자신의 아들 두 명이 현재 잘 되어 있다며 자랑도 하며 엷은 미소도 짓곤 했다.
노인은 이야기를 하면서 나의 손을 꼭 잡는다. 마치 자신의 아들의 손을 잡듯이, 그 노인의 손은 거칠고 두꺼웠다. 흙과 함께 살아 왔던 그의 세월이 느껴졌다.
또한 그리움과 외로움이 사무치는 듯 잠시 말을 멈추고 지그시 눈을 감곤 하였다. 난 그의 손을 두 손으로 꼭 잡아 주었다.
그는 분명 멀리 있는 아들이 그리운 것이다. 손끝에서 전해오는 그의 온기는 말 할수 없는 뜨거움 이었다.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말이 필요하지 않았다.
나 자신 또한 홀어머니를 두고 이렇게 떨어져 사는 동안 삶이 바쁘다는 핑계로 그 흔한 전화도 자주 못하는데...
나도 어린 아이를 키우며 사랑을 주고 행복해 하고 때론 걱정을 하지만 나 또한 얼마나 나의 부모님에게 사랑스런 존재였을까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 노인이 외지에 나가 있는 자식들을 얼마나 보고 싶어 하고 그리워하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여느 부모와 마찬가지로 그도 전화를 먼저 하진 않는다. 그립고 보고 싶어도, 항상 기다릴 뿐이다.
난 그 노인의 말벗이 된 게 아니라 인생의 스승을 만난 듯 하다.
오늘은 아무 이유 없이 혼자 계시는 어머니께 전화를 해야겠다.
합천경찰서 가야파출소 경사 서 정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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