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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원폭투하로 인한 6만3천여명의 조선인의 희생을 추모하는 67주기 원폭희생자 추모제가 6일 오전 경남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에서 개최되어,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는 천도의식과 추모식, 합창 공연에 이은 특별초청강연과 다큐멘터리, 사진전시 등이 열렸다.   

 

주요 참석자 내빈으로는 지원스님 (사)위드아시아 이사장,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 이현규 경남 복지보건국장, 하창환 합천군수, 문준의 경남도 의원, 노무라 타이세이 오사카대 명예교수, 이경희 경남진보연대 대표, 김석봉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심진태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 전 지부장, 한정순 한국원폭2세환우회장,  등이 참석하였고, 이밖에 한일양국의 시민과 청소년, 지역주민과 피폭자 유가족 등 300 여 명 이 참석하였다.

 

추모사를 통해 지원스님은 “힘없는 나라의 백성으로 태어나 머나먼 타국에서 조국을 그리며 살다 희생되신 분들의 한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핵 없는 세상, 평화로운 세상을 염원하고 그 의지를 다지는 엄숙한 시간”이라며, ‘해원을 넘어 평화의 언덕으로’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추모제를 계기로, 원폭피해자 특별법 제정과 제도적 지원책이 마련되고, 우리 사회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핵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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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오후에는 ‘방사선이 다음 세대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한 일본 오사카 대학 명예교수인 노무라 타이세이(野村大成) 교수의 초청강연이 이어졌다. 노무라 교수는 방사선이나 화학물질이 다음 세대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고 안전평가 기술개발에 공헌한 저명인사로,  특히 40여 년에 걸친 쥐 실험의 결과, 부모가 방사선에 피폭되면 그 자녀와 후손에게 돌연변이뿐 아니라 암이나 기형까지도 유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증명하였다. 

 

이날 강연에서 노무라 교수는 40여 년 동안 쥐 실험을 통해 방사선이 다음 세대에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 연구해 온 종합적인 결론을 소개하고, 쥐뿐 아니라 모든 동식물 그리고 사람의 경우도 방사선 피폭은 다음 세대에 돌연변이, 암, 기형, 유산과 사산 등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피해자의 자녀에 대한 일본 방사선영향연구소 등의 조사 결과가 피폭의 유전적 영향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까닭은 방사선 피폭의 영향과 전혀 상관없는 돌연변이(전기영동에 의한 염기치환 돌연변이)만 조사하거나, 암에 걸리기 쉽지 않은 20세 이하의 젊은 피폭2세만을 조사대상으로 하는 등의 조사 자체의 문제에서 비롯된 한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피폭자가 많이 모여 살아 한국의 ‘히로시마’로 불리는 합천 방문을 계기로, 한국의 피폭2세 건강조사의 필요성을 제안하였다.

 

노무라 교수는 40여년에 걸친 방사선 피폭의 유전 문제에 관해 연구해 온 과학자이자, 의학자, 유전학자로서의 경험을 살려 한국의 피폭2세 건강에 관한 연구 조사에도 깊은 관심과 의지를 표명하며, 제대로 조사만 하면 피폭에 의한 자녀의 암 발생 등의 유전적 영향의 결론을 도출할 수 있고, 연구 조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협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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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에 이어 토론에 참석한 김익중 동국대 의과대학 교수는 “일본 정부와 세계의 핵산업계가 노무라 교수님의 객관적인 연구 결과 발표에 상당한 방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의학적 결론을 도출해 내었으며, 이 결론을 세계 학술계에서 인정받은 것”이라 평가하며, “부모의 피폭이 다음 세대 자녀의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하는 노무라 교수의 주장은 실험적, 과학적 근거를 충분히 갖고 있고 국내에서도 피폭2세에 대한 연구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영수 한림대 의과대학 교수는 2004년 국가인권위원회 용역사업으로 실시한 원폭피해자 2세의 기초현황 및 건강실태조사에서 한국인 피폭2세에서 암, 심장질환 및 각종 만성질환과 정신질환 등이 일반인보다  높은 수치로 나왔다는 결과를 소개하며, 정부 차원의 2세에 대한 실태조사 및 건강검진과 건강관리, 자활 능력을 상실한 중증환자들에 대한 생계 및 의료지원, 원폭피해자의 인권과 명예회복을 위한 대책 마련 등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합천평화의 집 관계자는 “원폭피해자와 그 피해자 자녀의 실태조사 및 지원을 위한 특별법 법안을 한국 국회(17,18대)에 제출하였으나 회기 내 충분한 논의도 못한 채 폐기되었다”며, “한국 정부는 원폭 2세 환우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의 애매한 태도와 유전에 대한 과학적인 입증이 명확치 않다는 이유로 원폭2세 환우에 대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쥐’를 대상으로 한 방사선 실험에서 다음 세대에 분명히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를 얻어낸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며, 사실 이것은 수많은 민간 의학자들의 연구를 통하여 밝혀진 국제적 상식”이라고 말했다. 이번 강연회를 계기로 하여, 앞으로 원폭2세 환우 문제해결을 위한 한일 민간단체 및 의료 학술 전문가간의 공동협력방안도 모색할 계획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