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이 붓을 들어 쭈욱 벽에 선을 그었다
그런 다음 지켜보던 대신들에게 문제를 냈다
"누구든 이 선을 전혀 건드리지 않으면서 짧게 만들어 보시오"

대신들은 당황했다. 황당하고 불가능한 일이었다
있는 선을 건드리거나 지우지 않고 어떻게 짧게 만들 수 있는가
도무지 할 수 없다며 모두 머리를 저을 즈음 한 현자가 앞으로 나섰다

그는 말없이 처음의 선 옆에 그보다 훨씬 긴 선을 그었다
물론 그는 임금이 그은 선은 털끝만큼도 건드리지 않았다
그런데 놀랍지 않은가
더 긴 선이 그어지자 원래의 선은 마술처럼 짧아졌다
만약 현자가 짧은 선을 그었다면 처음의 선은 길어졌을 것이다

`두 개의 선` 이야기는 인도의 생활철학서에 들어있다
어려운 문제의 답은 작은 발상의 전환에 있다는 교훈이다
또 실재하는 상황을 능가하는 새로운 큰일로 기왕에 벌어진 일을
푸는 첩경으로 삼으라는 설명일 수도 있다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안다는 우리의 속담처럼
길거나 짧게 보이는 것은 상대적이라는 얘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