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


어느 날 캄캄한 밤이었노라
 갑자기 찬란히 빛나던 별 하나
 내 머리에 들어와서 내게 속삭이는 말
 반짝이는 저 하늘의 별이 보이는 것은
 눈이 보는 것이요
 창 밖에 흐르는 빗방울 소리 듣는 것은
 내가 듣는 것이 아니고 귀가 듣는 것이다
 예전에 나는 별을 내가 보았고
 창 밖에 흐르는 빗방울 소리 듣는 것을
 내가 듣는 것으로 알았노라
 이제 내가 눈을 한 번 더 뜨고
 귀를 한 번 더 열고 바라보니
 내가 곧 별빛이요, 내가 곧 빗방울이어라
 아아! 찬란한 빛이 한 번 더 빛나매
 나는 별빛도 아니고 빗방울도 아닌 것을
 참으로 내가 모든 것을 알고
 나를 깨달으매
 나는 홀로, 스스로 존재하는 영원한 생명인 것을
 하늘에 창 밖에 별빛은 반짝이고
 빗방울은 하염없이 내리는구나


from. 일지이승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