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가 미국 선교사에 의해
처음으로 우리 나라에 들어왔을 무렵,
어느 대감이 선교사로부터 비누 한 궤짝을 선사받았다.

써보니 때가 잘도 벗겨지는지라,하도 신기하기도 해서,
자랑도 할 겸 문객들을 불러 한 개씩 나누어 주었다.

비누를 나누어 받은 문객들은
대감 말대로 때가 잘 벗겨지므로,
모두 세수도 하고 발도 씻고 법석을 떠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직 이상재(李商在 ; 1850~1927)만이
주머니칼로 비누를 깎아서 먹는 것이 아닌가.

"여보게 이 사람, 그건 먹는 게 아니야.
때를 씻는 물건이라네."

라고 대감이 딱해서 일러주자,
이상재는 태연히 대꾸하는 것이었다.

"압니다.
여러분은 얼굴이나 손발의 때를 씻으면 그만이겠지만,
저는 뱃속의 때를 벗겨 볼까 해서 이것을 먹고 있습니다."

모두 마음 가짐을 깨끗하게 하라는 뜻임을 깨닫고,
좌중의 누구나가 얼굴을 붉혔다고 한다.


-좋은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