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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지명과 동명은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일제에 의해 왜곡된 우리 지명(地名)과 동명(洞名)을 찾아주어, 민족정기와 자존심을 회복시켜 준 합천군수에 대한 감사와 우리 군민들이 이름에 대한 소중함을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쓴다.

 

서기 2010년 11월 1일 가회면 복지회관에서 노인회 기념식을  마치고 하창환 군수, 박우근 군의회의장, 허종홍 군의원과 함께 점심을 같이 먹게 된 행운을 가졌다.


그 자리에서 나는 일제가 변조한 동명(洞名)을 우리 고유의 동명으로 복원해 줄 것을 건의하였고, 그 자리에서 군수가 흔쾌히 승낙하고, 군의장과 허의원도 도와줄 것을 약속했다. 

 

군수는 가회면 뿐만 아니라 합천군 17개 읍면에 우리의 옛 이름을 찾아 줄 것이니 신청하라는 공문을 보냈고, 소정의 행정절차를 거쳐서 2012년 3월 13일 꿈에 그리던 옛 동명을 찾아주었으며, 5월 17일에는 집 주소와 도로에 붙어있는 번호판도  새로 바뀐 이름으로 변경해 주었다.


일제가 변조하여 불러 온지 103년 만에 우리의 짓밟힌 자존심과 문화가 회복되어서 기쁘기 그지없어 동명과 지명에 대한 좁은 내 소견을 적어보고 군민과 같이 기쁨을 나누고자 한다.

 

나는 30년 전부터 우리 조상이 물려준 우리 동리의 이름을 다시 찾는 것이 우리의 얼을 찾고 우리 고유의 문화를 계승발전(繼承發展) 시키는 것이며 명실상부(名實相符)한 광복이요 애국이라고 생각해왔다.

 

30년 전부터 합천국회의원, 도지사. 도의원, 군수에게 여러 번  성과 열을 다하여 건의했으나 마이동풍(馬耳東風) 격(格)이었다. 참으로 기가 막히고  안타까웠으나 별 도리가 없었다.


나이 70세가 되자 얼마 살지 못할 것이라는 인생무상(人生無常)마저 느껴, 죽기 전에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고향 가호마을로 들어오는 큰 길목에 가호동문(佳湖洞門)이라 쓴 돌비를. 자비로 세워서 서글픈 마음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비를 세워 고유제를 지낼 적에 가회면 유지 대부분이 참석했으나 동조자는 없어 내심 섭섭했다.  군민이 이름에 대한 소중함을 모르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서, 이름은 우리고유의 보물이며 얼마나 소중한 문화유산인가에 대하여 말하고자 한다.

 

이름과 지명은 신령이 지었다 한다. 누가 지었는지도 모르고 불리어 왔지만 현실의 실정에 꼭 맞는다. 참으로 함부로 못 고칠 오묘한 진리가 있다.  봉산면 술곡리 남은 터(餘基)라는 동명이 있는데,  합천댐 건설로 주변 동리는 물에 잠기고, 남은 터만 남아서 예부터 불러온 동명이 지금 수몰될 것을 옛 신령은 알고 있었다는 느낌마저 드는 동명이다.

 

봉산면 머구골이 있는데 머구골에서 용주면 발전소까지 연결된 수로의 입구이다. 댐이 되고 물을 많이 먹는 골짝이라고 지은 이름이 딱 맞다. 용주면 댐 발전소 부지를 돌 오목이라 불러왔는데 수력발전기 돌아가는 곳 도록목과 일치한다.


일제의 변조보다 67년간 고치지 않고 방치하여 그대로 부르게 한 위정자들은 어느 나라 위정자인가, 무지와 오만 독선에 탄식이 절로난다.


이름을 바로잡지 않으면 도의가 무너진다. 도의가 무너진 지 67년 만에 도의를 찾은 격이다. 얼마나 장한 일인가!

 

나는 촌노(村老)라 다른 면(面) 사정은 알 수 없으나, 내가 사는 가회면에서 이번에 옛 우리이름을 찾은 마을은 다섯 마을이다. 


먼저 쓴 동명은 일제가 변조한 이름이고 뒤에 쓴 동명은 옛 우리 동명이다. 가등(佳燈)을 가호(佳湖)로, 장기(將基)를 장대(將臺)로, 오곡(吾谷)을 오도(吾道)로 복암(伏巖)을 복치(伏稚)로 덕만(德滿)을 덕전(德田)으로 다시 찾았다.


여기에는 상생(相生)의 원리 산수(山水)의 비보(裨補)원리 운문학(韻文學)의 원리, 동리가 나아갈 방향 지행(志行)의 원리가 있는데 다섯 마을의 이름에 다 이 원리가 있다.


내가 사는 가호마을에 이 원리를 적용하면 다른 마을의 이름에도 같은 원리가 있을 것이나, 다른 마을은 일일이 열거하지 못하고, 내가 사는 가호 마을에 대하여 이 원리대로 풀어볼까 한다.

 

첫째 상생의 원리이다


가호의 가(佳)는 8획이고 호(湖)는 12획이다 8획은 목이고 12획은 화이다. 목생화 (木生火) 상생이다.


음양오행에 상생의 원리가 가장 좋은 원리이다. 가등(佳燈)은 첩첩산중인데 산만 많고 물이 귀하여, 귀한 물을 도우려고 호(湖) 못을 동명에 넣어서 도왔는데 등은 불이니 불을 질려서 태우니 명리(命理) 상 상극이 되어 못 살  상극의 이름이 되었다.

 

운문학적으로 가호(加護)이다. 신의 가호, 조상의 가호, 천신(天神)으로부터 보호를 받는 곳이며 지행(志行)의 원리는 가호명월(佳湖明月), 아름다운 호수에 밝은 달이 비친 듯 태평연월(泰平烟月)을 지행한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다른 마을도 이와 같은 경우가 있음을 아는데, 이를 알면서도 변조된 동명을 67년이나 사용하고, 또 들어야 했던 내 마음이 어떠하였을지는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


둘째 우리의 선비문화는 부귀(富貴)를 잃는 것은 조금 잃는 것이요, 생명을 잃는 것은 많이 잃는 것이요 명예를 잃는 것은 다 잃는 것이다.

 

죽으면 몸과 부귀는 묻어 두지만 선행과 악행은 묻을 수가 없다. 유향천년(遺香千年) 유취천년(遺臭千年) 이라, 좋은 이름과 나쁜 이름은 천년을 간다. 그러므로 인륜도덕을 지켜서 살신성인(殺身成仁)한 선비를 가장 존경하고 사모하여 이 덕목을 실천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동방예의지국 이란 이름을 얻고 주변의 존경을 받았는데 이것이 정명에서 온 것이다.

 

셋째, 논어 자로편에 보면, 왕이 공자에게 정치는 무엇부터 먼저 하여야 합니까?

 

물으니 공자는 정명(正名)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명이 정당하지 않으면 말이 사리에 맞지 않고, 사리에 맞지 않은 말은 한 가지 옳은 일을 할 수 없고, 일을 못하면 질서와 화합이 없어지고, 이것이 없어지면 사회는 혼란하고 법도가 무너진다.  이렇게 되면 국민은 안심하고 살수 없어서 불행해진다. 군(君)은 군답고 신(臣)은 신답고 부(父)는 부답고 자(子)는 자다운 것이 정명이다. 명은 그 이름 대통령, 국회의원, 장관, 지사. 군수 등은 그 이름과 직책에 가장 알맞은 마음가짐, 실천과 성실이 이름과 부합해야 된다. 이것을 선행, 선정이라 한다.

 

그 이름에 선행과 선정의 실체가 있는가를 살피는 것이 정명이다.


선정은 태산을 옆에 끼고 바다를 건너가는 그러한 어려운 일이 아니라 노인에게 작지를 주는 것처럼 쉬운 일이다. 일상생활에서 불의와 부당한 처사를 보고 정의롭고 정당하게 고치는 것이 선행이요 선정이다.

 

103년 만에 동명을 찾을 수 있도록 행정력을 발휘해준 하창환 군수는 민족의 정기와 짓밟힌 자존심을 회복해준 애국자이다. 이에 덕성과 지성을 겸비한 군수에게 한없는 경의와 감사를 드리고, 담당부서 실무자에게도 선도와 성실한 사무처리에 감사를 전하는 바이다.

 

 

성      명 : 김  연


주요약력
- 전 합천문화원장
- 현 성균관 고문
- 현 합천군지명위원회 위원